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그들의 전쟁
1979년 10월 10여 년 전 월남전에 참전했던 기주는 시시때때로 전쟁 후유증으로 악몽을 꾸곤 한다. 그는 한 주간지에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을 연재하기로 한다. 하지만 소설을 위해 전쟁 경험을 생각할수록 심해지는 악몽으로 편집장에게 더 이상 소설을 쓰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날 베트남에서 함께 귀국한 변진수 일병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오고 반갑게 전화를 받고 대화를 이어가려 하지만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변진수.
얼마 뒤 변일병에게서 다시 전화가 오고 소설 쓰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고 끊는다. 잠시 후 기주 앞으로 소포가 도착하고 소포를 열어보니 예전 베트남에서 찍었던 소대원들의 사진과 권총 한 자루가 들어있다. 총알 4발과 함께.
비가 오는 어두운 밤 갑작스런 총소리에 소대원들은 드디어 전투를 해보나 하지만 오발 사고라고 허탈해한다. 얼마 뒤 그들 소대에도 인기척이 있고 베트콩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사격을 시작한다. 다음 날 아침 그들이 죽인 것은 베트콩이 아니라 동네 물소들. 이를 항의하러 온 주민들과 그들을 따라온 어린아이들이 먹을 것을 다라는 것을 본 기주는 어린 시절 미군부대 앞에서 쓰레기를 뒤지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돌아온 기주는 집앞에서 잠들어 있는 변일병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리고 온다. 기주는 왜 자신에게 권총을 줬는지 물어보지만 변일병은 말을 돌린다. 갑자기 치는 천둥소리에 놀라 몸을 숨기는 변일병. 변일병은 현실과 과거를 혼돈하는 모습을 보이고, 다시 한번 권총을 준 이유를 묻자 기주가 잘 보관해 줄 것 같았다고 말하며 다시 권총을 가지고 간다.
베트남 민가를 수색하던 기주는 수상한 땅굴을 발견하고 수류탄을 던진후 들어가서 부상을 입고 손에 수류탄을 든 베트콩을 보고는 놀라 사살한다. 충격을 받은 기주는 밖으로 뛰쳐나오고, 마을 사람들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위협하는 그들에게 베트콩으로 보이는 여자와 남자가 잡혀온다. 남자를 물고문하던 중 여자가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여자에게 위협하는 병사 앞에서 여자는 수류탄 안전핀을 뽑고 자폭한다. 흥분한 소대원들은 마구 총을 난사하고 마을을 불태운다.
집에서 자고 있는 기주에게 편집장이 찾아오고 소설이 대박이 났다고 말한다. 호텔을 잡아 줄테니 거기서 소설을 계속 연재하라고 하는 편집장. 그때 변일병에게서 전화가 오고 총을 왜 가져가지 않았냐고 다시 총을 가져가라고 하지만 나중에 가지고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전화를 끊는다. 계속되는 편집장의 제의에 다시는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변일병의 아내 영옥은 미군클럽에서 춤을 추는 댄서이다. 그녀에게는 미군 애인이 있다 그가 미국으로 가게 되고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하고 다음 날 영옥은 변일병을 데리고 기찻길을 걸으며 옛 추억을 얘기 하지만 변일병은 기억을 못 한다. 그때 헬기 소리가 들리고 이에 변일병은 갑자기 불안한 표정을 짓더니 어디론가 달려간다.
기주의 소대는 정글로 마지막 수색 작전을 나가게 되고 닷새동안 아무런 소득도 올리지 못하다가 병사 한 명이 적의 부비트랩에 전사하게 되고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오고 소대원들은 무작정 총을 난사하는데, 김하사는 소대장으로부터 병사 두 명과 부상병을 데리고 헬기 랜딩 지점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고 이동 중 어디선가 들리는 말소리를 듣고 변일병과 조상병을 데리고 쫓아가서 총을 난사하지만 그가 죽인 것은 베트콩이 아닌 양민들이다. 놀란 그들에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왜 자신들을 죽이냐고 항의하자 김하사는 대검을 꺼내 그들을 죽이고 변일병에게도 총으로 위협하며 대검으로 남은 사람들을 죽이게 하고 조상병에게 그들의 귀를 자르라고 시킨다. 오열하는 변일병. 그날 밤 김하사는 칼로 조상병에게 영원히 입을 다물라고 협박하고 돌아가는데 조상병이 따라가서는 김하사를 살해하고 귀를 잘라 사라진다. 그 광경을 목격하는 변일병.
다음 날 귀가 잘린 김하사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들은 베트콩이 전날 김하사에게 당한 복수를 하고 조상병을 납치한 걸로 생각한다. 그날 이후로 변일병이 이상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영옥이 일하는 미군 클럽을 찾아간 기주는 영옥에게서 변일병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조상병을 만나러 간다고는 집을 나갔다는 말을 듣는다.
다들 귀국할 생각에 들떠있는 소대원들 그러나 마지막 작전이라며 수색을 나가게 되는데 귀국 전이라 그들은 안전한 후방지역으로 배치된다는 말에 안심을 하지만 그날 밤 베트콩이 기습을 해오고 백병전까지 벌이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다음날 아침 헬기에서 내리는 장군. 살아남은 기주는 장군에게서 자신들은 적의 주력을 끌어내는 미끼였고 한낱 소모품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영옥이 떠난 변일병은 자신의 집에서 자기 귀를 잘라내고 기주를 찾아간다. 영옥이 떠나 왠지 기분이 좋아서 귀를 잘랐다는 변일병 오히려 귀를 잘라내니 후련하다고 말한다. 어디선가 들리는 총소리. 놀란 변일병은 기주에게 베트콩들이 나타났으니 빨리 피해라고 말한다. 그건 최루탄을 발사하는 소리였고 경찰에 쫓기는 데모대 사이에서 달아나다 넘어진 변일병은 순간 베트남에서의 전사한 동료들과 자신이 살해한 양민들 그리고 처절했던 전투가 오버랩되고 패닉 상태에 빠진다. 기주는 그런 변일병을 데리고 어느 성당 결혼식장으로 도망 온 기주와 변일병. 종소리가 나자 다시 겁에 질리는 변일병. 그는 기주에게 베트남에서 돌아오고 누군가 자신을 쫓아오고 그래서 권총을 들고 다녔다고 말하고 그 권총으로 자살을 하고 싶으나 무서워서 자살을 못했다고 말하며 내일 기주를 다시 찾아가겠다고 말하고 돌아선다. 그때 기주는 변일병을 부르고 변일병을 권총으로 쏜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베트남 정글에서 죽은 소대원들을 찾아 헤매는 변일병을 다시 그들에게 원대복귀시키기 위해 변일병을 편하게 해 주기 위해 그는 방아쇠를 당기고 쓰러진 변일병 옆에 누워 이렇게 생각한다. 이제 소설을 써야겠다 정말 좋은 소설을...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변일병과 한기주.
하얀 전쟁은 종군 기자로 베트남 전쟁을 취재한 안정효 작가의 동명 소설 하얀 전쟁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하얀 전쟁 전까지 대한민국의 전쟁 영화는 주로 한국 전쟁에서 북한군과 중공군을 상대로 위대한 승리를 거둔다거나 전우애 등을 다룬 반공 영화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하얀 전쟁이 처음으로 대한민국에서 반공이 아니 반전을. 위대한 승리가 아닌 전쟁터에서 나약한 개인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혼란을 이야기한다. 당시로는 거액인 20억 원을 들여 당대 최고의 배우 안성기와 독고영재, 김세진, 이경영, 김보성, 허준호와 같은 명배우들을 앞세워 베트남 올로케이션도 하는 등 당시에는 한국 영화에서 생각하기 힘들었던 한국 전쟁 영화 사상 유래 없는 블록 버스터급 영화였고 흥행에도 성공하고 영화제에서 수상도 많이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영화계에서 전투신이 주가 되는 영화가 아닌 병사 개인의 고통과 희생에 주목한 첫 영화로 앞으로도 한국의 대표적인 전쟁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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