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보아야 한다.
북한이 점령한 전주에서 중앙조선통신 종군 기자로 일하던 이태는 연합군의 인천 상륙작전의 성공과 반격으로 전황이 위태롭게 돌아가자 지리산 자락으로 이동 빨치산에 합류하라는 명령을 받고 빨치산에 합류한다. 이태는 군사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소대장으로 임명된다. 이태의 소대는 다리를 사이에 두고 토벌대와 치열한 첫 전투를 벌이고 이태는 그 와중에 부상을 입는다. 쓰러진 이태는 간호병 박민자를 만나게 되고 박민자는 이태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한다. 어느 날 다른 대원들이 출동한 틈에 토벌대가 들이닥치고 이태와 민자는 같이 달아난다. 토벌대를 피해 달아나던 중에 우여곡절을 겪게 되고 둘 사이에는 사랑의 감정이 싹트지만, 다시 본대에 합류하자 둘은 사령부의 지시로 헤어지게 된다.
민자와 헤어지고 나서 이태는 여전히 그녀를 그리워하며 틈나는대로 그녀의 소식을 묻고 다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서로 엇갈리고 만다.
1951년 빨치산들의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점점 거세지는 토벌대의 공세와 예전처럼 자신들에게 협조하지 않는 마을 주민들. 서서히 고립되어가고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린다. 때마침 재귀열 병이라는 전연병이 돌기 시작하고 이태도 이 병에 걸리지만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진달래나 나무뿌리 등을 캐먹으며 유격전을 전개한다. 이태는 점점 병세가 악화되어 가나 본부에 다녀온 연락병에게서 민자가 줬다는 꼼꼼히 싼 종이를 받는데 그 안에는 하얀 알약 7알이 들어있었고 이를 복용한 이태는 병이 낫는다. 이후 이태는 연희 전문 출신의 시인 김영과 같이 상승 부대라고 불리는 부대에 합류하게 되고 그곳에서 강렬한 여전사 김희숙과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 찾아온 빨치산 지도자 이현상을 만난다. 그리고 평소 그를 지켜보던 정치국 요원에 의해 정식 공산당에 입당하며 정치국 요원으로 선발된다.
그 후로도 계속되는 대대적인 토벌에 본대는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끝도 없는 고단한 행군을 이어간다. 낙오된 후미와 연락을 위해 본대에서 떨어져 나온 이태와 김영은 낙오병 한 명과 간호병, 동상에 걸린 부상병과 만나게 되고 그들과 본대로 합류하기 위해 행군을 이어가다 버려진 화전민의 집에 하룻밤 묵게 된다. 동상을 입은 부상병은 점점 악화되고 이태는 그를 살리기 위해 민가에 있던 도끼로 그의 다리를 잘라낸다. 그날 밤. 낙오병과 간호병은 전단으로 뿌려진 전향서를 보며 고민에 빠지고 결국 전향을 결심하고 도망쳐 나온다.
전향한 그들의 밀고로 다시 쫓기게 된 이태와 김영은 부상병에게 전향서를 쥐어주고 꼭 살아남으라고 말하고 길을 나선다. 그러다 발각된 그들은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지만 토벌대의 총에 김영은 다리에 총을 맞고 밑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고 결국 붙잡힌다. 이제 혼자 남은 이태는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동상으로 인한 고통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턱에 총부리를 겨누고 자살하려 하지만 빨치산 동료들이 남긴 표시를 발견하고는 다시 길을 나선다. 하지만 얼마 못가 그의 눈에 펼쳐진 광경은 그를 절망에 빠트리는데. 하얀 눈밭에 새빨간 피를 흩뿌리며 전멸한 남부군들의 시신이었다. 이태는 결국 무너지고 그들의 시신들 사이에서 흐느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좌냐 우냐, 공산주의냐 민주주의냐, 오직 이분법적 사고만을 강요하던 냉전의 끝.
영화 남부군은 실제 기자 출신으로 빨치산 생활을 경험한 이태의 동명 소설 '남부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당시로서는 거액에 속하는 14억이라는 엄청난 제작비와 사계절을 다 담기위해 1년여의 제작 기간. 3만여 명이 동원된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대작이었다.
흥행에도 비교적 성공하였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남부군이 한국 영화사에서 수작으로 인정 받는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게 빨치산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로 만들어 제작되어졌다는 것이다. 6,70년대 우리의 최대 목표는 반공 사상이었다. 무슨 일이든 북한을 이겨야 했고,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미국을 필두로 한 자유민주주의 세계와 소련을 앞세운 공산주의 세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냉전시대로 오직 좌 아니면 우, 공산주의 아니면 자유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오직 두 개의 사상 외의 것은 용납하지 않는 이분법적 사고 만을 강요하던 시기였다.
한국 사회는 6.25 전쟁을 겪고 월남의 패망을 지켜보며 한층 반공의 기치를 높여 나갔고 한국에서의 전쟁영화는 오직 반공 영화말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전 세계는 80년대에 들어서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미국과 서방세계가 보이콧하자 84년 LA 올림픽에서는 소련과 동구권이 올림픽을 보이콧했다. 그러나 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서방과 동구권 모두 참가하는 명실상부 진정한 올림픽이 된다. 철의 장막이라 불리던 소련의 개방정책,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독일의 통일.
전 세계가 냉전을 끝내고 탈냉전에 접어들기 시작한다.
그러한 시기에서 바로 남부군이 탄생한 것이다. 아직은 한국사회에서 반공의 이념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었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빨갱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이태를 통해 영화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 영화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태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태를 간호하던 민자는 이태에게 " 난 왜 양편으로 갈라섰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어느 편이든 다쳐서 아파하는 사람이면 내가 필요한걸요."라고 말하는데 이를 통해 이념의 대립을 넘어서는 인간애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또한 김영이 이태에게 한 "제가 입산한 것은 이 시대가 내게 좌든 우든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진정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이 전쟁이 치러지는 것이라면 예.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이, 더구나 같은 핏줄끼리 서로 죽여야 하는 비인간적 상황이 인간적인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모순은..." 이 대사에서 왜 우리는 겨우 사상과 이념의 대립으로 같은 핏줄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서로를 죽여야만 한 것인지, 아직도 그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이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남부군이 개봉한지 벌써 30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이 사회가 완전히 이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이 세계에서는 미국과 중국, 서구와 러시아의 패권 다툼으로 신냉전의 시대라고 불리고 있고, 세계 어디가에서는 여전히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자신들과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살인가 폭력,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언제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해방되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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